흔히 전봇대라고 부르는 전신주들.
미관에도 안좋지만 누가 봐도 위험한 곳에 설치돼 있기도 한데 옮기거나 지하에 매설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.
현장카메라, 정다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
[리포트]
차량 두 대가 겨우 다닐 수 있는 길입니다.
그런데 도로 한가운데에 이렇게 전신주가 설치돼 있는데요.
어떻게 된 일인지, 현장으로 갑니다.
전신주를 사이에 두고 차량들이 양방향으로 지나다닙니다.
차선조차 그려지지 않은 좁은 도로를 역주행하는 차량도 있습니다.
[오토바이 운전자]
"다른 데 한눈 팔다가는 (전신주가)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꽝 부딪히죠."
재개발 사업으로 전신주 옆에 있던 건물이 없어지고 새로 길이 나면서 왕복 2차선 도로 한복판에 전신주만 남겨진 겁니다.
[통신선 설치기사]
"여기에 있는 전신주는 다 없어져요. 철거는 마지막인데 그 전에 여기에 걸려있던 선들을 먼저 다 이설을 해야 뽑을 수 있으니까."
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.
[트럭 기사]
"물건 내리고 뒤로 후진하다가 전신주를 박았어요. 처음 오는 사람은 여기 전신주 있는지 잘 모른다니까요."
전신주 이설 논의가 인근 토지 소유자들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.
공유지에 설치된 전신주가 본인 땅으로 옮겨질 경우 땅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겁니다.
[인근 상인]
"빼자, 못 뺀다 이런 논의는 한 번 있었는데, 전신주를 빼면 이건 어디로 갈거냐… 네 땅에 묻을 거냐, 내 땅에 묻을 거냐."
경기도 부천에는 전신주가 인도 한가운데를 차지한 곳도 있습니다.
줄지어 늘어선 탓에 보행자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인도의 폭은 40cm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.
[현장음]
"이렇게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좁습니다."
보행자들은 아예 차도로 걸어다닙니다.
[인근 주민]
"불편하죠. 여기는 못 가고 왔다갔다 불편해요. 이 좁은 데는 수레 같은 건 못 가. (차도로) 내려가서 가야 해."
전신주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 외에 전선을 땅으로 묻는 지중화 작업이 대안으로 제시됩니다.
하지만 지하에 이미 대용량의 매설물이 있을 경우 이마저도 힘듭니다.
[한국전력 관계자]
"전신주가 수평으로 좌우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어요."
지난해 5월 기준으로 전선의 지중화율은 20%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.
[김찬오 /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]
"뒷골목에선 지중화 사업을 할 수가 없어요. 너무 망이 넓고 촘촘하고,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."
전신주 이설 비용을 두고도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전력 사이에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.
시간이 지체될수록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.
현장카메라 정다은입니다.
PD : 김남준 장동하
정다은 기자 dec@donga.com